Department of Computer Science 한양대학교 소프트웨어대학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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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소프트웨어' - 백은옥 교수님을 만나다
작성자 : 학생기자단(roomylee@naver.com)   작성일 : 18.10.05   조회수 :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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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점점 쌀쌀해지고, 이번 학기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무더웠던 올 여름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제안으로 화제가 되었던 백은옥 교수님을 만났다. 우리 과 최초의 여교수님이신 백은옥 교수님은 바이오인포메틱스와 지능형 시스템 분야를 연구하신다. 이번 인터뷰에서 기자단을 맞아 많은 생각들을 말씀해주셨다.

 

-       안녕하세요 교수님, 올해가 연구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요즘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학교 바깥에서 다양한 일에 참여해보고 있어요. 에어컨 설치도 그런 것 중 하나였죠. (웃음)  올해 새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기존 연구에서 알고리즘으로 해결해오던 몇몇 문제를 기계학습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체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다른 하나는 후성유전학이라고, DNA에 기록되어 있지 않더라도 생명체의 경험이 후세에 전달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인데 여기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제입니다. 저도 처음 공부하는 분야인데 상당히 흥미로운 것 같아요. 연구와 외부 활동 이외에도 스스로에게 매주 수요일은 휴일로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바빠서 잘 안되네요. 그래도 종종 가고 싶었던 전시회도 가고, 운동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       얼마 전 과학기술부가 주최한 SW Welcome Girls에서 연사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SW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천하는 능력이라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그 행사는 SW 전공자에 국한되지 않고 고등학생 중에서 SW학과에 진학하고 싶거나 전공이 다르지만 SW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청중이 올 것이라고 해서,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 SW 전공자가 아니라 하지 못할거야.”라는 생각을 깨고, 지금이라도 코딩을 배우고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천을 하라는 의미였어요. 물론 우리 학부 학생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줄 수 있겠네요.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한창 많을 시기입니다. 고민만 하지 말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원래 엔지니어는유용한것을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유용한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서 생각만 많이 해서는 안 되죠.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는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간단한 어플리케이션이나 웹페이지, 무엇이든 좋으니 직접 경험하며 시도해 보기를 적극 권합니다.

 

-       교수님께서는 교수라는 목표를 이루면서도 결혼과 육아까지 전부 해내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결혼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많은 결정을 배우자와 함께 의논해야 하고, 인생에 매우 큰 변수가 생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출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만을 기준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아집니다. 우리는 모두 유한한 존재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니, 각자의 삶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따라 선택을 해야겠죠.

박사학위를 받을 즈음해서 첫 아이를 낳았는데, 직후에 남편이 교수로 임용되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그때 저에겐 예정된 박사 후 과정 자리가 있었지만,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남편과 함께 귀국하기로 결정하고, 가기로 했던 자리를 포기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박사 학위만 받은 채로 돌도 안 된 아이가 하나 딸려있는 상태였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직장을 원했기 때문에, 시간강사를 하면서 연구와 육아를 병행했지만 어려움이 많았어요. 남편 외에는 육아를 도와줄 가족이 없었고 풀타임 정규직이 아니니 육아를 제가 더 많이 책임질 수 밖에 없었죠. 몇몇 학교에 교수직으로 가기 위해 4년이 넘게 노력해 봤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기업연구소에 취직했습니다.

돌고 돌아 대학에 오기는 했는데, 뒤돌아 보니 힘든 시간을 많이 지나왔었네요.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해도 때로는 목표하는 것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만 하는 삶이 썩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얻었던 보람과 기쁨도 큽니다.

 

-       그런 과정 속에서 남으셨던 아쉬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지나고 보면 늘 아쉬움은 많죠.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큰 후회는 없지만, 제가 안이하게 생각했던 면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간강사를 하던 당시는(90년대 초반) 지금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훨씬 더 심했던 때였는데, 그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좀 약했어요. 당시에 사실 제게 교수직을 제의했던 대학이 하나 있었는데 연구환경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거절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장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되어도 일단 선택한 이후에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 노력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원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아이를 둘 키우며 시간강사를 하는 동안은 정말 힘들었죠. 그래도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저처럼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선후배와 의논하고 얘기하면서 풀어나갔지요.

 

-       학계에서 여성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으셨나요?

 

 어떤 사회에서도 소수로 지내려면 불편합니다. 제가 속한 컴퓨터공학 분야는 남성이 다수입니다. 수업시간도 그렇고, 학부의 교수진도, 학술단체도, 다양한 공공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수의 남성들이 무의식적으로 (가끔은 의도적으로) 하는 여러 언행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그나마 저는제도권안에 들어왔다는 점에서는성공한 사람이니 이런 불편함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이 교수가 되기가 남성들보다는 더 어렵습니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지요. 예를 들어, 한양대 공대의 여성 교수 비율은 2~3퍼센트 수준이고, 국내 유수의 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데이터가 차별을 증명하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차별이 실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일은 개인의 몫이 아니고,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법과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과거에 여성과학기술인지원법률 제정에 힘쓰기도 했고 지금도 여성과학기술인의 지위 향상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도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의식을 개선하고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       개인으로서의 실력을 갈고 닦는 노력 이외에도 해야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우리들이 건강한 시민으로서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는 군사정권 하에서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어요. 당시에 저는 학생운동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어요. 힘없는 학생들의 목소리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고, 사회적인 힘을 가진 다음에 내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학생의 본분인 공부에 열중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생각이었죠. 어떤 길은 옳고 다른 길이 그른 것은 아닙니다. 학생일 때 내는 목소리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성이 있고, 일정한 사회적 지위가 주는 언행의 힘이 있는 것이지요. 둘 다 필요합니다. 제가 스스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아이 낳고 자신의 커리어를 개발하는 동안 민주화를 위해 애써준 다른 분들의 노력으로 우리가 지금 누리는 제도와 사회와 문화가 정립된 면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잊지 말라는 문유석 판사님의 칼럼에 깊이 공감합니다.

  얼마 전 경비실 에어컨을 다는 일에서도, 혼자 해결하는 대신 같은 동 주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하고 더 나아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도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 것입니다. 다행히 이 일이 작은 계기가 되어, 서울시에서 아파트 경비실에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에어컨 설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학부 여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어요. 첫째로,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여학생들은 훨씬 괜찮은 사람들입니다. 좀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 차별을 겪을 가능성은 물론 있지만 이공계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기가 좀더 수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인생에서 운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많기는 합니다만 그건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운이 찾아왔을 때 의미가 있는 이야기죠.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운이 좋아 기회가 코앞에 닥쳐도 손안에 쥘 수 없습니다. 비록 느리지만 사회는 변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투운동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에요. 제가 학생일 때와 지금이 굉장히 다르듯이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서 자리잡을 때면 또 많은 변화가 일어나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로, 차별적 호의를 조심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여성이니까 봐주는 것, 잘해주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예를 들어, 연구실에서 여학생은 공부에 집중하라고 연구프로젝트에서 제외시켜주면 좋을까요? 같은 연구실의 남학생들은 불만이 커질 것이고, 스스로는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배우는 여러 경험을 놓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요. 편안함에 익숙해지는 것을 조심하고, 경계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건강을 챙기라는 말을 하고싶네요.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잘 챙기세요. 독서와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고 꾸준히 했으면 합니다.


강준규(etual118@hanyang.ac.kr), 이진명(jinious1111@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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