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대학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 ‘클린MT’를 기획하셨다 들었습니다. 어떠한 계기를 통해 이렇게 참신한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클린MT를 기획하게 된 것은 우리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부가 한층 더 발전하려면 11학번 새내기들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대학에 처음 올 때가 되면 다들 “대학친구는 고등학교 친구만큼 끈끈하지 못하다”라는 말은 몇 번씩은 듣고 오게 됩니다.

 그래서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단편적인 시각일지는 모르겠으나, 술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평소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동기들과 친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래서 과대표와 상의하여 술 없이 떠나는 새내기 수련회를 기획하게 되었고, 준비과정에서 클린MT라는 이름도 붙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불건전한 대학 MT문화가 사고로 이어지며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학과 행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학과 대표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기존의 술 위주의 MT대신 우리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부만의 음주가 필요없는 건전한 놀이문화를 형성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 클린 MT를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전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수련회 첫날 밤 새내기들에게 보내는 선배들과 학부모님들의 영상편지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새내기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하여 영상편지를 촬영하고 편집했고 새내기들 몰래 진행하다 보니 일손이 부족해 힘들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스크린에서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는 학우들의 모습에 뿌듯했습니다. 그 후에는 모두 촛불을 손에 들고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밤에는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지는 그날 밤 선배들이 모두 수거하여 일괄 발송하였습니다.

 영상물 제작과 전달 뿐만 아니라 전 프로그램이 모두 이전의 MT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기에 학생회 집행부원들과 함께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거쳤고, 그 결과 준비과정은 힘들었지만 클린MT라는 보람찬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MT의 취지를 인지한 학부모, 학부장, 교수님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컴퓨터공학부 이인환 학부장님께서 이러한 클린 MT의 취지를 이해해 주시고 굉장히 기뻐하시며 이런 기획을 한 저희가 자랑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덕에 행사가 한층 더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님들께는 ‘신입생 학부모 간담회’자리를 빌어 과대표와 제가 행사 취지에 대해 설명을 드렸고, 역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상편지에도 적극 협조해주셔서 부모님 영상편지 행사가 잘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MT 준비에 많은 도움을 주신 학부장님, 학부 교수님들,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학생들 입장에서는 술이 없어서 처음엔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어땠나요?

 사실 그런 반응이 없지 않았습니다. "술은 필수인데.. 술없이 어떻게 엠티를 가나요.." 라는 반응이 학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댓글로 게시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기는 분위기였고 술뿐인 엠티에 싫증났던 학우들뿐만 아니라 술자리가 싫어 기존 엠티에 참여하지 않았던 학우들도 반색하며 많이 참여해 주어서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학우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체육대회, 레크리에이션이 끝나고 방에 들어갔을 때는 술 대신 피자와 과자, 음료수를 먹으며, 친구들과 오후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처음 한 마디가 어색할 뿐 두 마디 세 마디 주고 받다 보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게 친구들 간의 대화이지 않나요?! 정말 오랜만에 그러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너무 큰 감동이었습니다.

- MT를 일정을 보니 ‘베이스캠프 찾아오기’, ‘선배와의 대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던데 프로그램 기획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우리학부가 대단위인 점을 고려하여 조별 프로그램 속에서 조원들 간의 협동과 팀워크를 요구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고 함께 미션을 수행하며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체육대회의 경우 반 단위의 대항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같은 반 친구들 간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심어주고자 하였습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장기자랑과 대동놀이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였고, 선배들의 영상강연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엠티에서는 하기 힘들었던 선후배간의 진솔한 대화를 보다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행사 막바지에는 하루하루 새롭고 바쁜 대학 생활 속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우리의 부모님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영상편지 상연과 촛불시간을 가졌습니다.

- MT가 끝나고 클린 MT를 평가했을 때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 엠티에서 ‘술’을 뺀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고, 당연히 빠진 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 역시 새로움의 연속 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참 많은데 우리가 정말 술 먹는 것 대신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점입니다.

 친구들과 몸을 부딪치며 했던 체육대회와 레크리에이션, 부모님께 편지쓰기, 밤에 방친구들과 함께 나누던 이런저런 얘기들, 아침산행 그리고 선후배가 하나 되어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했던 율동과 같은 활동들. 하룻밤 술을 포기하면 우리가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도 많았습니다. 새로운 엠티를 경험한 새내기들도 모두 좋은 반응을 보였고, 술과 함께한 기존의 엠티와 오리엔테이션보다 훨씬 좋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외적인 부분에서 보완할 점을 찾자면 선배들의 참여를 꼽고 싶습니다. 이번 클린MT는 새내기 수련회로 기획되어 진행을 위한 학생회 선배들 외에는 선배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는데 MT 이후 소식을 들은 많은 선배들이 다음번에는 함께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대로 이 클린MT가 우리학부의 전통으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진행될 수 있다면 올해처럼 새내기 수련회에 그치지 않고 학부 전 학년이 다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학부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앞으로 ‘클린MT'가 대학가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침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학생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모든 엠티가 술을 전혀 갖고 가지 않는 클린MT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술은 즐거운 MT 분위기 형성과 친목 도모에 도움을 주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다만 저희의 생각은 술은 하나의 수단일 뿐 MT의 주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인식만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술을 가지고 가면서도 충분히 클린MT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실례로 이번 클린MT의 영향으로 저희 이번 컴퓨터공학부 11학번 동기엠티에서는 비음주자를 위한 방을 하나 만드는 등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다 같이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술을 마실 수 없는 학우들은 소외되게 마련이니까요. 이러한 학우들에 대한 작은 배려가 모든 학우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저희는 확신합니다.

윤영미 기자 hellobear10 at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