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짓을 두려워 말라(Stay foolish)고 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제 우상이죠. 저도 그렇게 살려고요."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 2009년 스마트폰의 성능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 '규혁롬'을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한 이규혁(18·사진)군이 27일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에 합격했다.
강수용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이군의 내신은 6등급이지만 컴퓨터 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신 6등급은 하위 20%로 지방의 전문대도 간신히 들어갈 수준이다.
이군은 스마트폰 이용자들 사이에선 유명인이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제조사나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운영체제 환경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맞춤형 상태를 구현할 수 있는 '규혁롬(규혁 ROM)'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메모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속도도 향상된다.
지난 5월에는 8700여 회원을 보유한 한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 돈을 모아 자신들의 기기에 맞는 규혁롬 개발을 부탁하기도 했다.
네 살 때 처음 컴퓨터를 접해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지식을 습득한 이군은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중고로 산 스마트폰의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었다. "처음에 30번 넘게 실패했던 것 같아요. 컴퓨터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마음으로 달려들었죠."
이러니 학교 공부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수업 도중에도 머릿속으로 '규혁롬'을 생각하고, 집에 오면 밥을 먹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새벽 2~3시까지 작업에 열중했다.
2009년 4월 최초의 '규혁롬'이 배포된 후 이군의 삶은 달라졌다.
2000명 가까운 트위터 친구들과 수시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제2, 제3의 규혁롬을 만들어냈다.
이군은 지난 6월 초, 개발에 보태라며 사용자들이 보내준 30만원을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에 전액 기부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개발자로 유명해지니 좋은 점요? 더 많은 사용자와 소통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된 거죠." 이군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할 제품을 만들어 보려고요. 잡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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